깊은 산속이나 한적한 시골마을이 아니면 항상 소리라는 것이 존재한다. 자연의 소리를 접어두고라도 차 지나가는 소리, 경적소리, 옆집의 말소리, 물 내려가는 소리, 문 여닫는 소리 등이 집안에 있어도 자연스레 배경음이 되고 있고 길거리를 가더라도 카페에 앉아 있더라도 일을 하더라도 음악소리, 키보드 두들기는 소리, 전화기 소리, 대화 소리는 그냥 일상이 되고 있다. 간혹 생각해 본다. 세상이 조용해진다면 어떤 기분일까? 말도 할 수 없고 소리도 낼 수 없는 조용해야만 하는 세상의 영화를 만나본다.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A quiet place)
개봉 2018년 4월 12일
국가 미국
장르 서스펜스
감독 존 크레신스키
주연 에밀리 블런트(애블린 애보트 역), 존 크래신스키(리 애보트 역),
밀리센트 시몬스(딸 레건 애보트 역), 노아 주프(아들 마커스 애보트 역)
숨통을 조이는 침묵
<콰이어트 플레이스>(A Quiet Place)는 존 크래신스키 감독의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apocalypse) 장르의 공포 영화로, 브라이언 우즈, 스콧 벡과 함께 각본을 썼다. 스토리는 시력이 퇴화된 대신 청각이 예민하게 발달된 맹인 외계 생명체 크리처들이 지구를 지배하면서 숨통을 조이는 침묵만이 존재해야하는 세상에서 일어난다. 이 외계 생명체들은 소리가 발생하는 곳을 들으면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치명적인 공격력을 가지고 인간을 사냥한다. 영화의 초점은 한 가족의 가장인 아버지 '리 애보트'와 그의 아내 '에블린', 그리고 그들의 큰 딸 '레건'과 아들 '마커스'로 구성된 애벗 가족을 따라간다. 가족들은 그들이 내는 소리가 바로 공포스러운 죽음을 의미하는 숨통을 조이는 침묵 속에서 살아간다. 가족들은 대화를 하는 대신 수화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고 그들의 모든 움직임을 침묵시키기 위해 다니는 길에 생사를 위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이 새로운 삶의 방식에 적응하고 있다. 맨발로 걷고, 모래를 길에 뿌려 놓아 소리를 흐트러트리며, 조리도구의 소리를 나지 않게 하지 위해 커다란 잎사귀에 끼니를 때운다. 영화의 시점은 과거의 외계 생물체 크리처가 쳐들어온 새로운 세상의 84일째를 회상한다. 가족들은 아픈 둘째의 약을 챙기러 마트에 몰래 들어가고 막내아들이 로켓 장난감을 갖고 싶어 하자 아버지 '리'는 소리가 나면 안 되기 때문에 못 가져가게 한다. 하지만 큰 딸 '레건'이 소리를 안 켜면 된다든 생각에 막내 동생을 위해 장난감을 가방에 챙겨가게 된다.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다리를 건너기 전 막내아들 '보'는 로켓 장난감을 무심코 만지다가 전원 스위치를 켜게 되고 어디선가 달려온 크리처에 의해 막내 '보'는 죽음을 당하게 된다. '레건'은 막내 '보'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래서 아버지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시간은 다시 현재 시점으로 돌아와 엄마 뱃속의 또 다른 생명체를 보호하고 가족들의 안전하게 살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또다시 소리와의 사투를 벌인다. '리'는 아들 '노아'를 데리고 생존훈련을 시키기 위해 외출을 하나 '레건'은 자신을 안 데리고 나가는 아버지에게 서운함에 혼자서 밖으로 나간다. '노아'와 아버지 '리'는 폭포에 도착했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폭포를 맞으며 큰 소리를 질러보게 한다. 소리를 내는 공포에 '노아'는 놀라지만 폭포수 떨어지는 소리 때문에 크리처들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원 없이 소리를 질러본다. 돌아오는 길에 집이 보이는 순간 빨간 불빛이 번쩍이고 있다. 바로 아내 '에블린'이 위험에 처해있다는 신호이다. '에블린'이 집 지하실에 내려가다 계단의 솟아 올라와 있는 못을 피하지 못하고 밟다가 소리를 내었기 때문에 크리처가 집안으로 사냥감을 찾아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때 출산이 임박한 '에블린'은 진통을 하며 크리처를 피해 욕조 안으로 몸을 피해 숨어버린다. 밖에서 '리'는 '노아'에게 폭죽을 터트리라고 했고 바로 폭죽이 터지는 순간 집안에서 출산을 하는 '에블린'. 폭죽소리에 위험에 처해진 건 아들이다. '노아'는 옥수수밭에 크리처를 피해 도망 다니다 '레건'에 의해 무사히 몸을 숨기게 된다. 집안에 들어온 아버지 '리'는 서둘러 아내를 찾고 죽은 줄 알았던 아내가 아기와 함께 숨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것도 잠시, 밖에 있는 아이들이 위험하다. 아버지 '리'는 다시 크리처에게 공격받고 있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있는 힘껏 소리를 질러 희생을 하게 된다. 이제 엄마와 딸 '레건' 그리고 '노아'와 새로운 생명이 집안에 남게 된다. '레건'은 아버지의 죽음에 슬픔에 빠지게 되고 아버지의 작업실에서 본인을 위해 연구하던 컴퓨터 속의 자료와 보청기들을 보게 된다. '레건'은 청각장애인이었고 보청기 없이는 소리를 들을 수 없어 아버지가 딸을 위해 연구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버지의 사랑을 확인한 '레건'은 크리처들이 가까이 올 때 보청기 주파수가 상당히 올라감을 기억해 내고 마이크에 대고 보청기 주파수를 최대로 올려 집으로 몰려오는 크리처들을 괴롭히며 엄마인 '에블린'이 총으로 쏴 크리처들을 처치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목가적 풍경속 공포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소리라는 인간의 감각을 통제하는 독특한 전제, 조용함 속에서 조여 오는 긴장감과 공포, 그리고 친근한 소리를 공포의 대상으로 능숙하게 바꿔버리면서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이 영화는 1,700만 달러의 적은 예산에 비해 전 세계적으로 3억 4천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두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 음반은 또한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사운드 편집상 후보에 오르는 등 수많은 상과 후보에 올랐다. 감독이자 아버지 리 에보트 역을 맡은 크라신스키의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훌륭하다. 크라신스키는 목가적인 풍경에 침묵해야만 하는 강렬한 분위기를 만들어 평화로울 수 있는 장면을 보는 내내 공포스럽고 긴장감 넘치는 사투의 전장으로 바꿔버린다. '에블린'역의 에밀리 블런트의 출산장면은 최고의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극한의 고통에 소리를 참아내야 생존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너무나도 리얼하게 연기한 에밀리 블런트는 대체할 배우가 없을 것이다. 일부 비평가들이 침묵해야 할 영화에서 큰 소리를 자주 사용하는 것이 긴장감을 빼앗아 가고 외계 생명체 크리처의 디자인이 실망스럽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크리처의 모습 또한 극히 발달된 큰 귀의 모양과 잔인하게 사냥을 할 수 있는 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다리 등 공포감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2편이 개봉되자마자 영화관으로 달려가도록 재미있게 본 영화 중 하나이다.
진정한 소리의 힘
영화의 핵심 주제 중 하나는 가족과 의사소통의 중요성이다. 애보트 가족이 이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은 그들의 강한 유대감과 말없이 소통할 수 있는 능력 덕분이다. 이 영화는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서로의 말을 듣고 함께 노력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런 부분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소리를 제거하는 것이다. 소리 없이 대화를 나누어야 할 때는 반드시 상대방을 바라보고 상대방의 동작을 놓치지 않고 오롯이 상대방에게 집중을 해야 한다. 현대사회는 끊임없는 소리의 정보들이 도처에 혼재되어 있다. 우리가 원하지 않더라고 각종 소리정보는 자연스럽게 제공되어지고 있다. 카페에서든 식당에서든 한 무리의 가족이나 친구나 동료들이 떼를 지어 들어와 탁자에 앉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스마트폰을 꺼내드는 것이다. 주문을 한 후에도 각자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심지어 식사를 하면서도 스마트폰에 눈을 떼지 않는다. 주변에서는 음악소리와 함께 각종 소리들이 움직이며 제 할 일을 한다. 카페에서 연인사이인 한 젊은 남녀를 보았는데 서로 눈을 바라보며 사랑을 얘기하는 장면은 찾아보기 힘들게 서로의 스마트폰 액정화면을 바라보며 대화를 해 나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비단 그 커플만이 아닌 그런 장면들은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우리에게 제공되는 소리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리의 삶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대화라는 것은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닌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마주한 채 서로의 표정과 서로의 동작을 함께 바라보며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어야 깊은 유대감이 생기며 상대방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는 것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우리가 주변을 듣고 인식하는 능력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생존 기술임을 상기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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