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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

무브 투 헤븐 : 천국으로 향하는 마지막 이사

by 이리노 2024.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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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보실 분은 믿고 그냥 보시길 추천합니다!^^

 

넷플릭스에서 방영하는 드라마로 제목은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 정리사입니다"이며 10화로 구성된 시리즈물입니다. 각각의 회차에서 소개되는 에피소드는 현실에서 마주했을 만한 소재들로 구성이 되어 공감을 이끌어 냅니다. 유품정리사를 중심으로 죽은 자들의 삶과 이야기를 통해 남은 사람들의 치유와 성장, 식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려내는 드라마로 자극적인 영화, 드라마, 시리즈물의 홍수 속에서 힐링을 얻을 수 있는 보석 같은 드라마입니다. 함께 천국으로 향하는 마지막 이사를 동행해 보겠습니다.

 

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장르 : 드라마
공개 : 2021년
회차 : 10화
연출 : 김성호
출연 : 이제훈(조상구), 탕준상(한그루), 홍승희(나무), 지진희(한정우), 임원희(변호사)
등급 : 19세 이상(청소년 관람불가)

 

에피소드 1

한정우는 "무브 투 헤븐"이라는 조그만 유품정리업체를 아들 한그루와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의뢰를 받고 간 곳은 한 젊은 청년이 기거하던 고시원. 공장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젊은 청년이 위험한 작업으로 기계에 다리가 끼어 큰 상처를 입은 후 병원에도 못가고 고시원에서 사망을 하게 됩니다. 장례식장에 조문을 온 공장 직원들은 청년의 부모가 농아인인이라며 산재처리도, 공장에 문제제기도 못하는 것에 희희덕거립니다. 

 

인턴이라는 신분을 약점삼아 고된 노동을 요구하는 기업들의 만행을 상기시키는 에피소드로 실제 구의역의 전동스크린을 수리하다 전동차에 치여 숨진 비 정규직 노동자 김 군을 기억하게 합니다. 그는 혼자 작업 중이었고, 정해진 규정에 따라 작업해야 했지만, 비용 절감과 인력 부족 문제로 혼자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작업 중이던 스크린도어의 센서가 전동차를 멈추지 못하게 되어 발생한 이 사고는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에피소드 2

수족관에 정신이 팔린 그루를 떼어 놓고 홀로 변호사 사무실을 들렀다 돌아가는 길에 정우는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수목장을 치러야 함에도 그루는 아빠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 듯 유골함을 집에다 모셔 놓습니다. 이후 갑작스레 찾아온 성씨가 다른 삼촌과 함께 3개월 동안 기거하며 유품정리일을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집니다. 

 

삼촌과 함께 한 곳은 죽은 후 오랫동안 방치된 홀로 살던 치매 할머니의 집이었습니다. 할머니의 아들부부는 방에도 들어가 보지 않고 혹시 남겨두었을지 모를 현금과 통장을 찾아내라 합니다. 돈에 눈이 먼 아들에게 남겨둔 할머니의 마지막 선물을 그루는 전달하며 두 번째 에피소드가 마무리됩니다.

 

실제로 2015년 서울 양천구에서 81세 독거노인 할머니가 오랜 시간 혼자 지내다가 쓸쓸히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드라마의 에피소드처럼 할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었으며, 돌봄 서비스와 이웃과의 관계도 끊긴 상태였습니다. 이웃들은 할머니가 요양원에 갔다는 소문만 들었을 뿐, 실제로는 그 후 수개월 동안 연락이 닿지 않아 할머니의 죽음을 뒤늦게 알아차렸습니다. 또 다른 사건으로는 2023년 서울에서 80대 남성이 경제적 어려움과 외로움 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가 있습니다. 이 남성 역시 주변과 단절된 상태로 혼자 살다가 복지 시스템의 지원을 받지 못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이처럼, 고독사는 현대 사회에서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으며, 무브 투 헤븐의 에피소드에서도 이러한 현실을 진지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에피소드 3

다음 의뢰받은 곳은 살인사건 현장입니다.  죽은 이는 유치원에서 근무하며 아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던 여교사이며 피의자는 남자친구로 정당방위를 주장하고 있는 중입니다. 유품정리를 하던 그루는 형사들도 모두 놓친 단서를 찾아내어 죽은 여교사가 교제 폭력의 피해자임을 밝혀 냅니다.

 

최근 '데이트폭력'이라 불리던 용어를 언론에서 '교제 폭력'으로 바꾸어 부르고 있습니다. 교제 폭력은 심각한 문제로 매일 다수의 사건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하루 평균 약 36건의 데이트 폭력 사건이 보고됩니다. 하지만 이 중 구속되는 가해자의 비율은 매우 낮아 1.9%에 불과합니다. 이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거나, 사건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의 통계를 보면, 교제 폭력으로 입건된 사람은 총 47,755명이며, 그중 구속된 사람은 2,007명으로 약 4.2%에 그쳤습니다. 특히 20대 가해자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뒤를 30대와 40대가 잇고 있습니다. 이러한 통계는 교제 폭력이 상대적으로 적발되기 어렵고, 구속 기준이 엄격한 점에서 비롯됩니다.

 

에피소드 4

병원에서의 소동으로 젊은 의사가 사망합니다. 그의 유품을 정리하러 간 곳엔 의사의 아버지가 유품정리를 빨리 하라고 종용합니다. 고인의 방에서 발견한 비행기티켓과 편지에 담긴 진심. 그루는 삼촌과 함께 그 마음이 닿아야 할 이름 모를 사람을 찾아 헤매며 고군분투합니다.

 

이 에피소드는 우리나라에서의 동성애에 관한 편견과, 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고인의 남겨진 유품을 정리하면서, 그루와 상구는 고인의 동성 연인이 그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알게 됩니다. 고인은 사회적 편견과 가족의 반대 속에서도 진정한 사랑을 찾으려 했고, 그 과정에서 겪은 아픔과 외로움을 암시적으로 드러냅니다.

이 에피소드는 한국 사회 내에서 LGBTQ+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과 차별을 담담히 묘사하며, 성소수자의 사랑과 정체성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촉구합니다.

 

LGBTQ+ 란?
LGBTQ+는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의 다양성을 포함하는 용어입니다.

L : Lesbian (레즈비언) - 여성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여성

G : Gay (게이) - 남성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남성

B : Bisexual (양성애자) -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사람

T : Transgender (트랜스젠더) - 자신이 태어난 성별과 다른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

Q : Queer 또는 Questioning - 성적 지향 또는 성 정체성에 대해 이분법적인 범주를 넘어서 다양하게 정의하는 사람, 혹은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 중인 사람

+ : 위에 나열된 것 이외의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에 속하는 모든 사람들을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이는 Aexual (무성애자), Pansexual (범성애자) 등 다른 정체성들도 포함합니다.

LGBTQ+는 성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들 공동체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 맞서며 권리를 주장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에피소드 5

고인의 유품정리를 하기 위해 방문한 곳은 사망한 고인이 사흘 전 직접 유품정리를 의뢰한 곳입니다. 노부부가 자살한 곳으로 상구는 편견을 갖고 탐탁치 않게 생각하지만 그루는 유품을 정리하며 고인을 배웅할 사람들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두 가지의 사건이 보입니다. 연고자가 없는 노부부의 현실과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갑질논란입니다. 실제로도 한 아파트에서 경비실에 에어컨을 못 달게 하는 사건이 있었고 자신의 차를 경비원이 이동시켰다는 이유로 폭언과 폭행을 해 목숨을 끊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에피소드 6

미국으로 입양을 갔다가 파양으로 추방된 매튜그린이 모텔에서 사망합니다. 무브 투 헤븐은 유품정리를 하며 엄마를 찾기 위해 애쓴 그를 위해 매튜의 엄마로 추정되는 사진 속의 여자를 찾아갑니다. 입양을 가도 미국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추방되어도 한국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영원한 이방인의 고독과 외로움을 알게 되며 그루는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삼촌에게 얘기합니다.

 

이 에피소드는 미국으로 입양되었으나 추방된 한국 입양인의 비극을 다루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한국 입양인들이 미국에서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추방당하는 경우가 발생했습니다. 대표적인 사건 중 하나는 1970년대에 미국으로 입양된 후 성인이 된 뒤 범죄와 관련된 이유로 추방된 신모 씨의 사례입니다. 그는 파양 된 뒤 결국 불법 체류자로 전락해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이 태어난 한국에서도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했습니다. 홀트아동복지회는 신 씨의 잘못된 입양 절차에 대해 법원에서 배상 명령을 받았지만, 여전히 입양인들의 고충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 사건은 입양 과정에서의 시스템적 문제, 입양인들의 법적 권리 부재, 그리고 그들의 정체성 문제를 재조명하게 만든 사례 중 하나입니다.

 

결론

상구는 자신이 아끼던 동생 수철이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그루의 집문서를 불법 게임에 걸게 되고 그 문서를 되찾기 위해 마지막 큰 한판에 몸을 던지는데 그루와 옆집 소녀 나무의 기지로 빠져나오게 됩니다. 원망이 가득했던 형 정우에 대한 오해를 풀게 되며 더불어 아빠를 보내는 그루의 마지막 유품 정리가 시작됩니다. 

 

중간에 상구의 과거 회상신에서는 가정폭력 사건이, 자신을 버리고 간 정우에 대한 오해가 풀리는 장면에서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이 재조명됩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은 1995년 6월 29일 서울 서초구에서 발생한 대규모 인재였습니다. 백화점의 부실한 시공, 불법 증축, 안전 불감증 등으로 인해 건물이 무너졌으며, 이로 인해 502명이 사망하고 937명이 부상당했습니다. 특히, 붕괴 전날 이미 눈으로 확인될 정도의 균열이 있었음에도 백화점 경영진은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영업을 강행했습니다. 사고 이후, 관계자들은 처벌을 받았지만, 이 사건은 한국 사회의 안전 관리 문제를 드러낸 비극적인 사건으로 남아 있습니다.

 

자극적인 폭력과 선정적인 장면, 욕설이 난무하는 미디어 홍수 속에서 이토록 잔잔하게 감동과 울림을 주며 새삼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아름다운 드라마를 발견한 것에 감사를 느낍니다. 아스파거 증후군이 있는 소년 그루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마음, 그리고 그의 성장과 더불어 삼촌의 성장을 함께 바라보는 10화 내내 힐링이 되는 소중한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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