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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

한국판 엑소시즘의 시작, 전통샤머니즘과의 통합 <검은사제들>

by 이리노 2023.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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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오컬트 장르를 너무 좋아하며 특히 엑소시스트들이 구마의식을 통해 악마를 물리치고 구마자를 구원하는 결말은 신의 승리이며 인간의 승리이며 선의 승리라는 속 시원함에 즐겨 찾아보는 영화 분야이다. 아주 어렸을 때 보았던 <오멘>을 보며 오컬트 영화에 빠지게 되었고 이후 외국 영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이 장르를 한국적으로 독특하게 연출한 <검은 사제들>은 이제 나의 최애 오컬트 영화 중 하나가 되었다. 구마자 역을 맡은 박소담의 신들린 연기를 다시 떠올려본다.

 

영화 검은사제들 The Priests 포스터

 

영화  검은 사제들(The Priests)
개봉  2015년 11월 5일
장르  미스터리
국가  대한민국
감독  장재현
주연  김윤석(김범신 베드로 신부역), 강동원(최준호 아가토신부 최부제역), 박소담(이영신 역)

 

 

한국판 엑소시즘의 시작을 알리는 검은 사제들

구마에 성공한 이탈리아국적의 두 신부가 악마를 가둔 돼지를 감싸 안고 달리고 있다. 그러나 악마는 둘의 앞길을 방해하고는 결국 교통사고를 일으켜 사람을 치고 두 신부를 죽인다.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은 고등학생 '영신'이었고 '영신'은 사고 후 이상한 증상에 시달리게 된다. 절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영신'에게 악마가 깃든 것을 알아본 '김신부'는 소녀를 구하기 위해 구마의식을 진행한다. 의식을 위해 부사제가 필요했지만 그동안 같이했던 10여 명의 부사제들은 '김신부'를 미친 사람 취급을 하며 모두 달아난다. 모두가 부사제를 마다하고 있던 때에 신학교에 의뢰를 하고 자격요건에 딱 맞는 신학생인 '최준호 아카토 신부'가 부제로 선발이 된다. 학장 신부는 '최부제'에게 '김신부'가 하는 일에 대해 감시하도록 미션을 내린다. '최부제'는 '김신부'가 주문한 구마의식에 쓰일 '성프란치스코의 종'과 돼지 한 마리를 받아오고 '영신'의 집으로 향한다. 바로 그날이 1년 중 음기가 가득한 날로 이미 제천법사와 그의 무당딸이 굿판을 벌이고 있었는데 절대 '영신'을 보지 말라는 제천법사의 말을 듣지 않고 '영신'쪽을 바라보던 무당딸이 피를 쏟게 된다. 결국 실패하고 도망치듯 달아나는 무당패를 뒤로 하고 '김신부'와 '최부제'는 퇴마의식을 치르기 위해 '영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소금으로 결계를 치고 그 안에서 '최부제'는 기도를 시작하는데 '영신'을 점령하고 있는 악마는 결코 만만하지 않다. 바로 강력한 12 형상 중 하나로 세계 곳곳의 전쟁과 질병을 일으키는 강력한 악마이기 때문이다. 바흐의 음악을 배경으로 시작된 구마로 '영신'안의 악마는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으르렁대다 피를 토하기 시작한다. 목을 조르고 있는 '김신부'를 본 '최부제'는 '김신부'를 말리기 위해 소금 결계를 넘어서는데 다시 눈을 뜬 '영신'안의 악마는 '최부제'의 트라우마를 건드려 돌아가라며 농락을 한다. 그 길로 도망 나온 '최부제'는 어린 시절 맹견에게 물리고 있던 여동생을 두고 도망치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다시는 도망치지 않기 위해 '영신'에게 돌아온다. '영신'의 부모는 오랫동안 딸의 구마의식을 보며 고통스러워하는 딸을 더 이상 볼 수 없어 '김신부'를 말리지만 '김신부'는 마지막 구마를 강행하고 '영신'의 부모는 경찰을 부른다. '김신부'와 '최부제'의 다시 시작된 구마의식 속에 결국 '영신'안에 있던 악마는 마르베스라는 이름을 토하게 되고 '영신'의 죽음과 함께 그 악마는 새끼돼지의 몸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순간 경찰이 들이닥치고 성스러운 보자기로 새끼돼지를 감싸 품에 꼭 안은 '최부제'는 잽싸게 달려 나가고 택시를 잡아탄 그는 한강으로 가달라고 한다. '김신부'는 경찰에게 체포되어 경찰차에 올라타는데 한강에 도착한 '최부제'는 온몸에 반점들이 생기며 악마 마르베스가 '최부제'의 몸 안으로 깃들기 바로직전 그는 새끼돼지를 안은채 한강으로 몸을 던진다. 사망한 채 구급차에 실려가던 '영신'은 손가락을 움직이고 '김신부'는 구마의식 중 악마와의 사투의 흔적인 몸의 반점이 모두 사라지는 것을 보며 '최부제'가 성공했음을 알게 된다. 

 

 

전통샤머니즘과의 통합

엑소시즘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공포영화의 흔한 하위 장르인 반면, <검은 사제들>은 여러 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첫째, 서양의 오컬트 영화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한국의 전통 샤머니즘인 무당의 굿판을 보여주며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적 관점을 부여하고 이야기의 전체적인 긴장감과 공포를 더해준다. 정적이 흐르고 조심스레 걸으며 삐그덕 거리는 신경이 거슬리는 소리에 유령이나 악마의 출현을 예고하는 것이 아닌 한국 전통의 장구와 북을 두들겨가며 칼춤을 추는 무당의 춤사위와 소리들은 오히려 그 소리와 춤이 멈췄을 때 더 큰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둘째로, 이 영화는 서양 엑소시즘 영화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방식으로 과학과 종교의 관계를 탐구한다. 외국영화에서는 퇴마의식에 대한 적극적 행동 들로 성직자들이 조력하는데 반해 <검은 사제들>에는 악마에 대한 존재를 믿기보다 퇴마의식을 하는 '김신부'를 이상한 사람, 미친 사람, 교단에 있어서는 안 될 퇴출 해야 될 사람 등으로 배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신을 믿는 성직자들이 오히려 악의 존재를 거부하는 태도는 성직자들의 믿음에 대한 대항점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다른 엑소시즘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최부제'의 과거의 트라우마와 '김신부'와 '영신'의 관계 그리고 '김신부'와 '영신'의 부모와의 관계 등 각자가 가지고 있는 그들의 캐릭터에 깊이와 감정적 복잡성을 가지고 있다.

 


평가와 결말

영화는 한국과 국제적으로 비평가들로부터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 영화는 IMDb에서 7.1점, 로튼 토마토에서 78%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비평가들은 배우들이 강렬한 연기와 촬영기술뿐만 아니라 공포, 미스터리, 드라마의 독특한 조화를 칭찬했다. 특히 '영신'역의 박소담의 연기는 악령이 완벽하게 지배하는 구마자 그 자체를 보여주며 이제껏 본 최고의 연기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전통 샤머니즘의 통합은 또한 영화에 독특한 문화적인 맛을 주기 때문에 널리 칭찬을 받아왔다. 결말 부분에 있어서는 사람들마다 해석이 다양하다. 처음에 볼 때는 '최부제'가 한강에 투신한 후 물속에서 걸어 나오며 미소를 띠는 모습에 혹시 그의 몸으로 악마 마르베스가 들어간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준다. 악마 마르베스는 수컷의 몸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대사가 영화 중간에 있다. 그러나 두 번째 보았을 때 '김신부'의 몸과 '최부제'의 몸의 반점들이 깨끗이 사라지는 모습은 아마도 악마 마르베스가 사멸된 게 틀림없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영화에 대한 리뷰를 찾아보면 '김신부'의 몸의 반점은 사라졌더라도 '최부제'의 몸으로 악마 마르베스가 들어간 것이라고 결말을 짓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관점이 다르다 보니 어쩌다 열린 결말이 되어 버렸다. 아마도 감독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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